미니멀라이프_친정에 가서 엄마의 식탁을 정리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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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를 아주 천천히 삶에 녹여 들게 하면서도 생각이 많이 난 존재는 당연 엄마다. 엄마는 내게 버리는 것이 미덕이고 나이들어 쌓아 두기면 하면 안된다고 했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셨지만 몇해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난 임신 예정일을 40여일 남겨두고 있었다. 회사에서 동생의 전화를 받고 남편과 함께 대구로 쏜살같이 달려갔고 중환자실 앞에서 엄마가 제발 일어나기를 바라고 또 바랬다. 임신한 딸이 온 줄아는지 두 눈을 감고 거의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엄마 내가 왔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니 힘겹게 손을 들어 보여 주셨다. 그날 밤 엄마는 뇌출혈로 뇌에 피가 계속해서 고이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라 밤 늦은 시간에 수술을 받았다. 


수수을 받고도 의식이 없이 3일이 지났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일반 병실로 이동할 수 있었다. 출혈로 인해 뇌손상으로 왼쪽 절반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의사는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태어날 손주를 생각하며 재활운동도 열심히 받고 출혈량에 비해 회복이 빨라져 내가 아기 낳고 3주가 지나서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실 부모님이 아프시다는건 정말 너무 마음이 아프고 설명할 방법이 달리 없다. 지금의 엄마는 많이 나아져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왼쪽 마비가 많이 호전되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생활하실 수 있다.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지만 그 만큼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죽음의 고비를 넘고 재활의 시기를 거치면서 엄마는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무엇이든 잘 버리지 못하신다. 본인이 일을 하고 번 돈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절제가 되었고 삶의 균형을 맞춰나갔지만 아빠의 수입으로 가정을 꾸리시게 되니 아무래도 물건에 대한 욕심이 생기신듯 하다. 아팠기 때문에 본인이 편한 동선으로 무엇이든 놓게 되고 그리하여 작지않은 집이 물건으로 채워져 갔다. 엄마가 스트레스 받으면 다시 아프게 될까바 우리 가족 중 누구도 엄마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물건에 쌓여 우리 엄마가 보이지 않으니 나는 슬펐다. 그리고 비우고 어지럽지 않는 환경이 엄마에게 더 정서적으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식탁위에 물건만이라도 자리를 잘 잡아주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처분을 하자고 이야기를 했다. 올케는 시댁이니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터이고 동생은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나의 편을 들어주고 아주 일부분이지만 정리를 했다. 나아진 환경은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는 주고 비워진 곳은 사랑으로 채워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엄마의 허한 마음을 다이소, 천냥마트의 천원, 2천원짜리 플라스틱 수납합으로 채웠다면 이제는 내가 더 자주 전화하고 엄마의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이든 권해보고 도전해보시기를 응원 해야겠다. 


비움을 실천하는 것으로 아주 작은 것이고 대단히 거창한 것은 아니다. 아주 작은 행동만으로 나아지는 삶을 느낄 수 있다. 흘러넘치는 돈으로 물건으로 사서 마음의 공간을 채우는 대신 경험과 대화로 텅빈 내면을 채워나가면 한단계 성장하는 인간이 되리라 믿는다. 올 설날에 가서 식탁 위만 정리정돈을 해 드린 것을 개기로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며 다음은 뒷베란다에 쌓여 있는 주방기구들을 비워야겠다. 엄마가 냄비, 후라이팬, 그릇과 같은 물건을 사는 것 그건 아마 사랑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주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한다. 일하며 힘든 삶을 산 나의 엄마도 자식들에게 따듯하고 맛있는 한끼를 차려 주고 싶은 마음으로 샀겠지?그래서 애틋한 마음이 있기에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이해하며 위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내일도 사랑으로 가득한 날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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